제품개발 비용이 0으로 수렴하면서 바뀔 것들에 대한 생각
제품을 만드는 비용이 줄어들 수록 공급이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진다. 앞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홍보하고 운영하는 과정이 여러모로 크게 바뀌지 않을지 몇 가지 생각을 남겨본다.
1) 니치한 제품이 더 많아진다 (그리고 성공한다)
한국처럼 5천만명이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는 시장은 카카오톡, 당근마켓, 토스처럼 대중들 누구나 사용할 법한 B2C 제품이 유니콘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AI가 제품 개발 비용을 계속 0으로 수렴하게 만들고 있고, 그럴수록 작은 집단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이 더 많아지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이들을 타겟하는 것이 비용적으로 비효율적이었다.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적고 BM의 한계가 있는 것에 비해, 제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대부분 인건비)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비용들이 AI로 인해 계속 낮춰질 것이고, 니치한 제품들이 더 많아질 것 같다.
2) UX는 기본, 브랜드 가치가 중요하다
개발 비용이 낮아져서 제품이 많아질수록, 어줍잖은 유저 경험으로는 혁신이 어렵다. 다른 경쟁 제품보다 너 나은 경험을 주거나, 훨씬 저렴해야한다. 비슷한 UX를 가지고 있다면, 차별화를 줄 수 있는 영역은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수많은 컨텐츠와 광고, 그리고 주변의 목소리들에 둘러쌓여 살아간다. 여러 목소리를 내는 브랜드는 결코 기억될 수 없다. 꾸준히 하나의 메세지를 집요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해야한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진정성이 담기고, 우리만의 차별성이 점점 드러나게 된다. 브랜딩은 색, 폰트, 단어, 소리, 향, 맛, 스토리 등 인간이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에 녹아들 수 있다. 그 경험이 곧 브랜드가 된다. 소프트웨어 제품들도 소프트웨어 밖에서의 브랜딩이 더 중요해질 것 같다.
3) 랜딩페이지와 MVP의 기준이 상향평준화된다
왜 사람들이 굳이 옛날 가구를 고가에 사고, 예전 영화를 찾고, 몇천년 전 철학가들의 생각을 읽을까? 새로 나오는 것들이 내 고민을 제대로 해결해주지 않거나, 새롭지 않거나, 자기 취향이 아닌 것이다.
소프트웨어가 나온지는 30년이 넘었고, 앱은 대략 15년 넘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소프트웨어를 써볼만큼 써봤고, 새로운 것들도 볼 만큼 봤다. 디스콰이엇을 하면서 수많은 랜딩페이지들을 봤고, MVP들을 사용해봤는데 점점 이런 방법론들이 안먹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시장일수록 MVP의 기준이 높아지기도 하고.. (MVP의 정의는 애초에 '허접한 제품을 빨리 만든다'는 아니긴 하다)
4) 이미 있는 팔로워, 고객으로 인한 네트워크 효과는 점점 더 이기기 어렵다
기존 플랫폼들이 take over한 분야를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가져온다는 것은 점점 불가능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 복잡한 생태계가 되어버려서 빠져나오기 어렵기도 하고, 비슷한 류의 플랫폼들은 어차피 동시에 같이 쓰는 경우도 많다 (컨텐츠를 one source multi-use 하는 것처럼). 그리고 팔로워가 많은 인플루언서는 팔로워들이 입소문을 내주니까 더 많은 팔로워를 모으기 수월하다.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제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런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 낸다면 엄청난 제품이 되는 거고, 못 만들어도 남이 만든 네트워크 효과를 잘 활용해보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하거나, 플랫폼에서 직접 활동하며 Piggy back한다거나.. 근데 어쨌든 내 팔로워, 내 구독자가 있으면 무조건 유리한게 사실이라 이걸 잘 쌓는 것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