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타고난 기질로 조급함을 갖고 있다. 무엇이든 빠르게 이루고 싶은 마음. 조급함은 일을 추진하고 행동으로 옮기는데 좋지만, 조급함이 일의 퀄리티를 높이거나 방향을 올바르게 정하는 데엔 독이 되기도 한다. 주변 창업가들이 조급함이라는 것을 기질적으로든 상황적으로든 갖고 있는 것을 많이 봤다. 상황이라면 런웨이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압박감일 수도 있고, 점점 나이가 들면서 이번에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일 수도 있고, 다른 경쟁사나 주변 사람들이 치고 나가는 것에 FOMO를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이는 꼭 창업가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긴 하다). 이러한 마음들이 동기의 원천이 되는 정말 중요한 속성이지만 조절하는 법을 꼭 알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조급함이 중첩될수록 체력이 빨리 소진되고 그러면 금방 지치기 때문이다.
우선 내가 왜 조급한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첫 번째는 3~4살 때부터 컴퓨터 게임을 시작한 것이다. 게임은 플레이하는 즉시 보상이 돌아오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현실세계의 나에 대입하다 보면 높은 기대치와 조급함을 가지게 된다. 심지어 게임을 플레이하던 도중 ‘이 게임은 누가 만들었지?’라는 호기심에 넥슨, NC, NHN 같은 기업들의 창업주들을 알게 되었고, 나중에 저 사람들처럼 창업을 하고 이런 걸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세상에 선한 영향을 끼친 위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는 영감이 내게는 큰 자극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언젠가 중요한 과학적 사실을 발견하거나,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작품을 만들거나, 삶에 도움이 될 만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을 꼭 내 손으로 해보고 싶다는 열망. 또한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내 주변에 차고 넘치면 좋겠다는, 팀으로든 친구로든 말이다. 어렸을 때는 여기서 오는 외로움이 큰 결핍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빨리 이런 사람들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세 번째는 그냥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다.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무언가에 억압받지 않고 추구하는 바를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상태. 인간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이런 것들이 왜 나에게 조급함을 만들어주는지, 왜 중요한지 고민해 봤다. 즉각적인 실행과 보상,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고 영감을 주고받는 것, 자유로움. 추상적이지만 나는 계속해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을 인지하고 삶을 소중히 대하는 태도와 별개로, 누구나 그렇듯이 그냥 꽥 죽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럼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항상 실행과 보상이라는 인센티브 구조 안에 살아야 하나? 뛰어난 사람들로부터 많은 자극을 받아야 하나? 혹은 자유로워야 하나? 이 고민을 하다 보니 스스로에 대한 컨트롤을 잃어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나에게 이것들은 대부분 외재적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들이다. 디스콰이엇을 이렇게 하면 유저가 얼마나 늘겠지, 좋은 사람들 많이 알게 되겠지, 원하는 환경에서 조금 더 자유롭겠지 하는 생각들. 그런데 이것들은 외부의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매번 동일한 결과를 기대할 수 없었고, 어쩔 때는 기대치에 못 미쳐 지쳤던 것 같다.
그래서 이것들을 내재적으로 가져오는 것을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행에 대한 보상을 스스로 주고받는 법, 끊임없이 성장함으로써 과거-현재-미래의 나와 영감을 주고받는 법, 정신적 자유로움(요즘 chill guy meme으로 이런 게 자주 보이는 듯 ㅋㅋ)을 갖는 법 들이다. 결국 이런 것들을 스스로 잘하다 보면, 외재적 요소는 따라오게 된다. 스스로 동기부여하며 지치지 않으면 그 에너지에 동화되는 사람들이 다가오고, 내가 먼저 성장하면 똑똑한 이들이 함께 하려고 하며, 그럼 또 서로 배우고 좋은 거 만들고, 그 과정에서 또 성장하고 반복이다. 선순환 사이클이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연습하지?’라고 한 번 더 생각해 봤는데, 아래로 정리가 되었다.
나에게 재밌어 보이고 호기심이 가는 것들을 무시하지 않는 것
억지로 본성을 누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
결과와 상관없이 지금 하는 것이 그저 즐겁고, 사실 리스크 따위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큰 야망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정확히 인식하고, 이 격차를 좁혀줄 것을 당장 실행하는 것
일어나서 명상하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들이 들어서 두서없이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