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약간 깁니다. 보통 단순하게 쓰고 간결할수록 더 잘 읽히지만, 이번에는 훨씬 더 솔직한 생각을 공유해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디스콰이엇을 테크 분야에서 가장 열정있는 사람들이 모여 제품을 만들고 소개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커뮤니티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1년 안에 한국 최고의 메이커 커뮤니티를 달성하는게 목표입니다.
YC는 메이커의 생존과 성장을 지원
Linkedin은 적합한 팀원을 연결
X, Buildspace는 만드는 과정을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제공
디스콰이엇은 위 3가지의 특성들이 잘 어우러지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디스콰이엇 이전 그리고 디스콰이엇에서 메이커 클럽, 대학생 메이커 클럽, 메이커 챌린지, 메이커 타운, PMC S23, PMC W23, -1 to 0 라는 이름으로 정말 다양한 메이커 커뮤니티들을 시도했는데요. 여기까지 오면서 겪은 시행착오, 배움, 그리고 느꼈던 솔직한 감정들에 대해서 정리해봤습니다. 21살에 시작해서 벌써 3년이나 흘렀네요.
디스콰이엇 이전 생각과 실행들
디스콰이엇을 하기 전부터 메이커들에게 관심이 많았습니다. 좀 더 정확히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만들고 실행했던 위인들에게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에게 영감을 주고 좀 더 살아있게 느끼도록 만들어 주었어요. 그리고 분명히 위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세상에 의미있는 거 한 번쯤은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사람들은 어디에 있을까?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같이 모여서 뭔가 만들어보면 재밌지 않을까?
이런 생각과 함께 이들을 찾고싶었습니다. 처음엔 대학에 가면 이런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기대했어요. 하지만 기대한 만큼 내가 원하는 사람들을 잘 찾고 교류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해외로 갔다보니 언어의 장벽도 있었고, 동기에 대한 차이도 있었어요. 이에 실망하고 한국에 돌아와서 직접 사람들을 모아보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렇게 시도한 것이 J2KB라는 코딩 커뮤니티와 Junction X Seoul, Junction Asia라는 해커톤 운영이었습니다.[1]
“Journey to know beautiful coding”이라는 의미의 코딩 커뮤니티 (영문 페이지 밖에 못찾았다)
300명의 개발자, 디자이너, PM이 모여 2박3일간 프로덕트를 만든 Junction Asia 2022
여기에서 소프트웨어를 창작하고 싶은 사람들을 모으거나, 그들을 위한 교육/행사를 했었고 이들을 돕는게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 IT 스타트업 씬에 있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면서 내가 갖고 있던 결핍이 일부 해소되었고요.
하지만 여전히 이보다 더 큰 임팩트를 갈망했습니다. 그래서 대학을 자퇴하고 창업하거나 뜻이 맞는 팀에 합류하고 싶다는 글을 SNS에 올렸어요. 이때 운 좋게 현솔님과 제니님을 만나면서 디스콰이엇에 대해 알게 되었고, 메이커를 위한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라는 비전에 공감하며 합류하며 메이커 커뮤니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디스콰이엇을 만들며 느낀 불안감, 초조함, 두려움
합류한 이후,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다양한 커뮤니티들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매번 이런 커뮤니티들을 운영한 것에 대한 진정성있는 회고나 배움들을 남겨오기도 했어요.[2]
커뮤니티로 GTM 하고 싶은 메이커분들, 같이 워케이션 가요!
Product Maker’s Club에 참가할 메이커를 모집합니다!
[주말 세션] 메이커들의 -1 to 0를 돕기 위한 디스콰이엇 팀의 시도
매번 새로운 시도를 했어요. 정말 잘 되었던 것도 있고, 기대만큼 안되어서 힘들었던 것들도 있었습니다. 뭔가 계속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던 것 같아요. 실버 불렛이 있을 거라고 은연 중 생각했습니다. ‘이것보다 더 개쩌는 걸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건 임팩트가 너무 작을 것 같은데? Do things that don’t scale을 언제까지 해야되지?’ 하는 생각들이었어요.
그리고 저는 거짓말을 잘 못해요. 혹은 하더라도 죄책감에 시달려서 결국 솔직하게 고백하곤 합니다. 고객에게도 마찬가지에요. 제가 해주겠다고 말해놓고 해주지 못하면 부채감에 시달립니다. 디스콰이엇에 합류하고 나서 메이커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겠다고 여러 번 말했지만 아쉽게 마무리되거나 지속하지 못하는 등, 얘기한 것을 충분히 잘 해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종종 사로잡히고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런 감정은 특히 내가 만든 것에 내가 만족하지 못하면 일단 떨쳐버리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오더라고요.
이런 상황에 디스콰이엇 가입자는 늘고 MAU도 계속 성장하는데, 이런 성장을 계속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스스로의 역량에 대해서 의심했고, 초조하거나 불안했어요. 이대로 PMF 못찾고 디스콰이엇이 죽으면? 내가 말했던 것들을 해주지 못해서 사람들의 노력을 낭비하게 만들게 되지 않을까? 사람들이 디스콰이엇에 대해 신뢰를 잃으면?
일을 하면서도, 쉴 때에도 수시로 ‘내가 원하는 메이커 커뮤니티를 결국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어요. 이럴 때 마다 무엇이 계속 나를 두렵게 만드는지,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알려고 하는 시도들이 좀 더 마음을 편하게 만들고 본질을 생각하게 해줬어요.
본질을 이해하기, 초심 찾기
제 감정을 이해한 후에, 정말 훌륭한 메이커 커뮤니티를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많이 고민해봤습니다. 내린 결론은 뻔하지만 가장 기본에 충실한 것들이에요.
처음에 만들고자 했던 것을 잊지말자 — 제품을 만들고, 연결되고, 영감을 주고받는 메이커 커뮤니티
본질을 최고의 퀄리티로 실행하자 — 1)테크 및 프로덕트 인사이트 수집, 2)잘 큐레이션해서 퍼뜨리기
오랫동안 꾸준히 실행해서 복리 효과를 만들자 — 피드백 받고 개선하는 모멘텀을 유지
고객이 단 1명뿐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그 사람의 성공을 돕자 — 확장 가능하지 않은 일을 꾸준히 실행
항상 기본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기본적인 것만 해내도 디스콰이엇이 최소한 살아남을 수 있게 되고, 정말 잘 해내면 한국 1등 테크 커뮤니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요.
또 너무 힘 줘서 하려니 잘 안되면 힘빠지고, 잘 되어도 더 부담스러워 지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힘 빼고 하면 너무 진척이 안나기도 하니 그 어딘가에 있는 중간 지점을 잘 찾아보려고 해요.
이런 생각을 갖고 마음을 다잡으며 이번 메이커 스프린트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열정적으로 제품을 잘 만들고 싶은 메이커들을 한 곳에 모아 인사이트를 나누고, 디스콰이엇 팀이 쌓은 지식과 노하우를 최대한 전수하고, 인사이트를 실행으로 옮기도록 푸시하고, 결국 제품을 만들어 고객을 만나는 모멘텀을 만들어주고자 합니다. 이번 메이커 스프린트는 5월 29일까지 모집해요.
3주 동안 AI & SaaS 제품 개발과 가설 검증에 집중하는 Maker Sprint
지원하신 분들과 순차적으로 1:1 커피챗을 이미 진행 중이에요. 관심있는 분들은 얼른 지원해주세요.
궁금한 것은 어디로든 연락주세요 :)
항상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합니다!
Footnote
[1] J2KB를 만들던 당시의 과정을 작성한 글: 임팩트를 만드는 실행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