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들도 읽어볼 만한 영감을 주는 글이라 생각이 들어 번역해봤어요.
AI(Thinking machine)가 존재하는 세상은 새로운 사고방식을 요구합니다.
서구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은 과학적이고 합리주의적입니다. 회의에서 누군가 가설이나 이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들은 적이 언제인가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앉아 첫 번째 원칙에서부터 생각하라고 스스로에게 상기한 적은 언제인가요? 일이나 개인 생활에서 실험을 시도한 적은 마지막으로 언제였나요?
우리가 비즈니스를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프레임워크 또한 과학적입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포터 교수가 물리학에서 영감을 얻지 않았다면 비즈니스를 다스리는 다섯 가지 “힘”을 찾거나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클레이 크리스텐슨의 Jobs-to-be-done 프레임워크는 스타트업 아이디어의 원자 이론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과학과 합리주의를 낭만적으로 바라봅니다. 그것이 매우 성공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갈릴레오, 뉴턴, 데카르트, 코페르니쿠스가 이러한 방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계몽주의 이후로, 우리는 합리주의를 통해 현대성을 만들어냈습니다. 로켓과 백신을 비롯한 여러 혁신들이 이로부터 나왔으며,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얻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사고방식을 요구합니다. AI 시대가 전개되면서, 우리는 테슬라와 OpenAI의 전 엔지니어 안드레이 카르파티가 ‘소프트웨어 1.0’이라 부르는 개념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이 작성한 명령어로 이루어진 소프트웨어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유리한 소프트웨어입니다.
대신 우리는 최근 마이클 테일러가 언급한 바 있는 ‘소프트웨어 2.0’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모델을 훈련시킵니다. 컴퓨터가 따라야 할 명령어를 사람이 작성하는 대신, 가능한 프로그램의 조합을 탐색해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는 방식으로 훈련이 이루어집니다. 소프트웨어 2.0에서 과학의 문제(형식적인 이론과 규칙을 다루는 과학)는 공학의 문제(결과를 달성하는 공학)로 바뀝니다.
이러한 변화, 즉 과학에서 공학으로의 전환은 문제 해결 방식을 비롯해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 변화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제 초기 메모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1. 본질(essences) vs. 순서(sequences)
AI 이전의 세상에서는 소프트웨어나 팀을 만들거나, 책을 쓰거나, 마케팅 계획을 세울 때,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본질적인 요소로 분해해야 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핵심 사용자를 정의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명확히 해야 했으며, 책을 쓸 때는 논지와 개요가 필요했습니다.
AI 이후의 세상에서는 본질보다 순서에 더 초점을 맞춥니다. 즉, 특정 결과가 발생하게 하는 근본적인 사건의 연쇄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언어 모델은 문자열에서 다음 단어를 예측하고, 자율 주행 자동차는 Video, Depth, GPS 데이터를 통해 다음 주행 경로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순서를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AI 이전의 세상에서 SaaS 비즈니스의 고객 이탈 방지 기능을 고려해보자면, 고객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하려면 명시적인 규칙을 정의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일정 기간 동안 앱에 로그인하지 않거나 신용카드가 곧 만료될 경우 이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본질을 찾는 것입니다.
반면 AI 이후의 세상에서는 이탈 가능성이 높은 고객의 특성을 명시적으로 정의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지 이탈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식별하면 됩니다. 이탈한 고객의 마지막 100일간의 데이터를 분류기 모델에 넣고, 이탈하지 않은 고객의 데이터를 같은 방식으로 넣어 다양한 패턴을 학습한 모델을 생성하는 것입니다. 이는 수많은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통해 규칙 없이도 이탈 가능성을 예측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2. 규칙(rules) vs. 패턴(patterns)
본질에서 순서로 이동하는 또 다른 방법은, 특히 지적 및 창의적인 작업에서 규칙의 탐색에서 패턴의 탐색으로의 전환입니다.
AI 이전의 세상에서는 우리가 하고 있는 게임의 규칙을 정의해야 했습니다. 첫 번째 원칙에서부터 사고하고 이를 상황에 적용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AI 이후의 세상에서는 패턴을 인식하는 모델을 구축하고 사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패턴은 단순한 규칙으로 환원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를 구축할 때를 생각해보겠습니다. AI 이전에는 사용자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과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정의해야 했고, 이를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규칙으로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AI 이후의 세상에서는 규칙을 정의할 필요 없이 예제를 찾는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사용자가 앱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을 명시적으로 나열할 필요가 없습니다. UI 요소의 무드 보드를 만들거나 원하는 애플리케이션 동작의 대략적인 목록을 만들면 AI가 그 입력에서 패턴을 찾아 규칙 집합으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창의적인 팀을 운영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AI 이전에는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브랜드의 목소리와 스타일을 일관되게 캡처할 수 있도록 작업을 원칙과 시스템으로 환원해야 했습니다.
AI 이후의 세상에서는 이러한 작업을 환원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취향과 목소리를 나타내는 예제를 모델에 제공하면, 규칙을 따르지 않고도 발견된 패턴을 재현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창의적 팀의 각 구성원이 발전하는 새로운 예제를 활용해 취향을 구현할 수 있게 합니다. 패턴 매칭을 위해 훈련할 좋은 예제가 새로운 통화처럼 작용하며, 따를 규칙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3. 과정(process) vs. 직관(intuition)
순서를 찾는 이유는 프로세스 대신 직관을 구축하기 위함입니다.
AI 이전의 세상에서는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프로세스로 환원해야 했습니다. 소프트웨어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작동하는 일련의 규칙을 정의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 관계 관리 시스템인 Salesforce는 자연스럽게 규칙으로 환원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AI 이후의 세상에서는 규칙으로 환원할 수 없는 작업을 위한 애플리케이션도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미지 속 텍스트를 인식하는 기술인 OCR(광학 문자 인식)은 규칙으로 환원할 수 없지만, ChatGPT 같은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용되는 딥러닝 접근 방식을 통해 직관적인 방식으로 문자를 인식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직관적 사고 과정이 중요한 분야는 많지만, 기존 소프트웨어는 이러한 부분을 다룰 수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스타트업 피치를 평가하거나 의사가 환자를 평가할 때, 그들이 생각하는 과정은 언어로 표현할 수 있지만, 그 아래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이제 AI 이후의 세상에서는 이 직관이 전이 가능하고 사용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직관은 특정 사람의 머릿속에 갇혀 있지 않고, 프로세스로 환원될 필요도 없습니다.
4. 조각(sculpting) vs. 정원 가꾸기(gardening)
창의적 작업의 원재료가 규칙, 본질, 프로세스 대신 순서와 직관이 되면 작업 방식이 크게 달라집니다. 작업은 조각보다는 정원 가꾸기와 더 비슷해질 것입니다.
AI 이전의 세상에서 창의적 작업은 조각과 같았습니다. 코딩이든 글쓰기든, 대리석 덩어리를 조금씩 깎아내며 머릿속 형태로 만들어나가는 것이었습니다. 도구의 매질을 변형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작업자의 몫이었습니다.
AI 이후의 세상에서 창의적 작업은 정원 가꾸기와 비슷합니다. 정원사는 흙에서 잎을 깎아내지 않습니다.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햇빛, 토양, 물 등의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원사의 역할입니다. AI 코딩 에디터와 함께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드를 한 줄 한 줄 작성하기보다는 모델이 원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마련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5. 설명(explanations) vs. 예측(predictions)
규칙과 본질을 찾는 것, 과정과 조각에 집착하는 것은 결국 설명을 찾으려는 것입니다. 설명은 서구 사회의 성배와 같습니다. 우리는 과학, 비즈니스, 삶에서 이를 찾고자 노력합니다. 성공한 사람에게 우리가 자주 묻는 질문을 떠올려 보세요.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나요? 비결은 무엇인가요?”
또 성공한 기업에 대해 묻는 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기업의 성장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들의 팬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는 설명할 수 있는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설명을 찾고자 합니다.
하지만 설명은 찾기 어렵습니다. 스마트 비즈니스맨이 Think Like Zuck: The Five Business Secrets of Facebook’s Improbably Brilliant CEO Mark Zuckerberg 같은 책을 읽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 책이 마크 저커버그의 성공에 대한 실제 설명을 담고 있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입니다. 저커버그 자신도 자신의 성공에 대한 설명을 일부 할 수 있겠지만, 그도 아마 자신의 결정에 따른 직관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AI 이후의 세상에서는 특히 복잡한 영역에서 설명보다는 예측이 우선시될 것입니다. 저커버그의 지능은 규칙으로 환원할 수 없지만, 올바른 순서를 학습한 모델로 캡슐화할 수 있습니다. 과학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024년 물리학과 화학 노벨상 수상자는 더 나은 예측을 위한 아키텍처를 구축한 컴퓨터 과학자들이었으며, 더 나은 설명을 고안한 물리학자가 아니었습니다.
설명보다 예측을 중시하는 접근 방식은 과학의 문제를 공학의 문제로 바꿉니다. 질문은 이제 “이것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이것을 예측하는 무언가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가 됩니다.
과학에서 공학으로의 전환은 이번 세기에서 가장 큰 진보를 촉진할 것입니다. 이는 우리를 계몽주의적 합리주의 너머로 데려가, 세상과 우리 자신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