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큰 비전과 이상적인 세상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려고 한다. 비전있는 사람들이 보통 창업에 도전하는 경향도 있고, 실제로 많은 분들이 창업을 하려면 원대한 비전과 목표가 있어야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직관과 반대로, 작게 생각하고 작게 실행하는 것이 오히려 큰 목표를 달성하게 만든다.
Elad Gil이 2010년에 이 내용에 대한 글을 썼는데, 최근 다시 읽어보니 예전보다 더 많이 공감되었다. 왜냐면, 디스콰이엇을 하면서 자기만의 높은 비전,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창업에 도전한 분들을 많이 봤는데, 이들 대부분이 뜻대로 잘 안되어 포기하거나 힘들어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Elad Gil이 예시로 든 사례는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이다.
페이스북
과거: 대학생들만 참여할 수 있는 invite-only 커뮤니티
현재: 전세계인들이 연결되는 SNS (페이스북, 인스타, 스레드)
트위터
과거: 그룹 문자 메시지 서비스
현재: 최신 정보들이 빠르게 전달되는 SNS
구글
과거: 웹 검색 엔진
현재: 전 세계의 청보를 체계화하고 접근을 유용하게 만드는 모든 분야 (검색, 지도, 책, 유튜브, 이메일, 드라이브, 안드로이드 등)
글에는 만약 페이스북이 처음부터 전세계인을 연결하려는 목표로 출발했다면? 이라는 가정을 세우고 이에 대한 결과를 얘기한다.
처음부터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형태의 제품, GTM 전략을 실행했을 것. 하지만 대학교만 타겟했던 것과 달리 아마 아무도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사람들이 연결되는 기능을 만들었을 것. 하지만 페이스북엔 내가 아는 사람이 없거나 연결되고 싶은 사람이 없어서 기능 개발에 시간과 돈을 낭비했을 것이다.
스케일업을 고려해 큰 기업의 VP, 리더급을 큰 비용을 들여 채용했을 것. 하지만 이들은 기업의 문화나 제품 로드맵, 방향성 들을 망치고 스케일은 시작도 못했을 것이다.
위 내용들 모두 공감된다. 여기에 내 생각을 더해보자면..
팀이 아무것에도 집중하지 못한다. 만들고자 하는 기능들, BM이 너무 많아서, 이것저것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고객이 우리가 만들려는 것이 뭔지 이해하지 못한다. 추상적이거나 뜬구름잡는 소리라고 느끼고 지금 당장 나에게 어떤 가치를 줄지 알기 어렵다. 결국 다 이탈한다.
급변하는 상황들에 대처하기 어렵다. 창업이라는 것은 불확실성에 내던져지는 것이고, 어제 진실이라 생각한 것이 내일은 아니게 될 수도 있다. 근데 처음부터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면 쉽게 무너지고 방향을 다시 잡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렇다고 크게 생각하면 안되냐, 그것은 아니다. 크게 생각하되, 실행을 작게 하면 된다. 만약 내가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디저트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그러면 일단 사람들이 어떤 초콜릿 좋아하는지 물어보고, 초콜릿 만드는 법 배우면 된다. 전 세계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을 연결하는 SNS를 만들고 싶다면? 일단 유튜버들 만나서 요즘 고민이 뭔지 듣고, 그걸 해소하는 컨텐츠를 만들어 올리면서 사람들을 모으는게 첫 번째다. 처음부터 기능 엄청 많은 앱 개발하고 디저트 브랜딩이나 제품 라인업부터 고민하는 게 아니라, 작은 것부터 하나씩 제대로 실행하는게 더 중요하다.
"이들" 중 한 명인거 같아 뜨끔하네요 ㅋㅋ 피벗을 할 수록 큰 비전을 가지면서 작게 시작하는 게 어떤 건지 감을 잡아가는거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