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면 안되는 커뮤니티
1/ 어떤 커뮤니티가 좋은 커뮤니티인가?
저는 인터넷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고 싶고, 그러기 위해선 소셜 네트워크와 커뮤니티처럼 인터넷 상에 사람들이 오가는 교차로/광장을 잘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아래 메이커로그에 자세히 적어뒀습니다.
https://disquiet.io/@kwondoeon/makerlog/2696
먼 옛날 커뮤니티는 사람들에게 생존을 위해, 최고의 정보를 얻기 위해, 그리고 사회적 관계를 위해 존재해 왔습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방대한 네트워크와 컨텐츠에 피로감을 느껴 기존 커뮤니티(가족, 회사, 학교 등)을 떠나려 하지만, 그것이 혼자 고립되고 싶어함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자신에게 걸맞는 커뮤니티를 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커뮤니티는 탈출구가 되었습니다.
다만 현존하는 모든 커뮤니티가 좋은 탈출구이진 못합니다. 2014년 센드버드 김동신 대표님이 남긴 관심자원의 기회비용이 학습의 비용을 초월한 시대 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자연을 놓고 봐도 에너지와 자원은 저항이 가장 적은 길로 흐르듯(path of least resistence) 사람의 관심자원 또한 상당한 절제력/집중력이 없다면 손쉽게 이러한 경로로 흘러가 버린다. 그러다보니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할 대상은 고급 교육이 갖는 고비용과 폐쇄적 접근성이 아닌, 학습을 통한 성장효과가 적은 컨텐츠로 가는 관심자원에 대한 자원관리다. ebook을 읽는 것보다 웹툰을 보는 것이 쉽고, TED강연을 보는 것보다 소셜미디어에 흐르는 개그동영상을 보는 것이 쉽고, 깊이있는 이코노미스트 글을 읽기보다 연예인 스캔들 기사를 읽는 것이 쉽다. 학습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뇌의 구조를 바꾸는 행위이기 때문에, 뇌의 구조를 바꾸기 보다는 기본적으로 짜여진 구조에서 보다 즉각적인 보상으로 이어지는 길로 흘러가는 선택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을 역행하기 위하여는 상당히 많은 절제력/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미래에 기존의 교육 체계가 상당부분 와해되거나 그 역할이 변하게 될 것인데, 학습은 보다 더 개개인의 역량에 의존적인 구조가 될 것이고, 그때를 위하여 우리가 지금부터 쌓아야할 자원은 과외비가 아니라 본인의 학습을 위한 집중력/호기심/자기이해지능/자기절제력 등의 무형의 역량일 것이다.
2023년, 그야말로 컨텐츠의 바다를 넘어 Generative AI의 등장으로 컨텐츠의 홍수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개인의 집중력과 호기심의 방향, 방향을 조절할 절제력의 중요성은 매우 커졌습니다. 잠깐이라도 한 눈을 팔면, 즉각적으로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컨텐츠에 빠지게 되니까요.
커뮤니티는 기본적으로 컨텐츠 위주로 굴러가게됩니다. 사람들은 특정 커뮤니티에 있는 컨텐츠를 보러 오고, 그 컨텐츠에 반응하고, 컨텐츠의 크리에이터는 또 거기에 반응하고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고. 반복입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 뉴스레터 다시 시작합니다 에서도 말했지만, '커뮤니티에 어떤 컨텐츠가 생겨나도록 할 것인가'에 매우 민감합니다. 건강하고 선한 커뮤니티가 제가 만들고 싶은 커뮤니티입니다. 건강하고 선한 커뮤니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아래 2가지를 성공하면 그런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극도로 높은 개방성과 수용성을 갖고 다양성을 존중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최대한 솔직해지고, 자발적으로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하게 만든다
이렇게 2가지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극도로 높은 개방성과 수용성은, 최대한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도록 돕습니다. 이는 감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최대한 예방하고, 최선의 결과를 만듭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Listen/Decide/Execution 중 Decide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확증 편향으로 인해 자신은 좋은 선택을 했다는 착각을 합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Listen입니다. 무언가 이해하기 위해 가장 좋은, 그리고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어떻게 느끼는지 제대로 깨달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스스로에 솔직하면 다른 이에게도 솔직하게 대할 수 있습니다. 가짜 Why를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가짜 What/How도 생겨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제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걸 위해 노력해 자원(금전, 시간 등)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2/ 우리는 좋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는가?
'디스콰이엇은 다양성을 잘 존중하고 있는가?', 아니 디스콰이엇은 미뤄두고 '우리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있는가? 나는? 진정성있게 소통하고 있는가?' 생각해 보면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우선 저부터, 디스콰이엇 커뮤니티의 모더레이터로써, 훌륭한 태도를 갖춰 솔선수범 하려고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많이 열려있고, 더 많이 수용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그렇게 되야만 하겠죠. 안그러면 그럭저럭 괜찮은 커뮤니티는 만들어도, 훌륭한 커뮤니티를 만들진 못할 겁니다.
그런 태도를 갖춘 상태에서 디스콰이엇에 다양한 사람들이 편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겠죠. 당연히 그 해답은 컨텐츠에 있을 거라고 봅니다. 다양한 컨텐츠와 진정성 있는 소통을 만드는 거요.
Come to contents, feel the people, stay for the community
그리고 앞으로 최대한 저의 진실함을 잘 담은 글을 쓰기 위해 더 노력할 거에요. 흔히 얘기하는 Why/What/How 에서 Why를 그럭저럭 멋지게 보여주는 도구가 너무 많고, 그런데 반해 그 내면을 알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있어보이려고 노력하지 않고, 솔직해지려고 합니다. 단순하게 실행하고요. 폴 그레이엄은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것들은 스스로 부족함을 증명하는 거라고 했습니다.
다양한 컨텐츠와 진정성 있는 소통을 위해, 최대한 쉽고 단순하고 솔직하게 커뮤니티를 만들어 갈거에요. 그렇게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디스콰이엇에 안정감을 느끼고, 다양성을 뽐내며 진실된 소통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Foot notes
- https://noahpinion.substack.com/p/the-internet-wants-to-be-fragmented
- https://dosh.kim/2014/10/29/관심자원의-기회비용이-학습의-비용을-초월한-시대/
- https://creatoreconomy.so/p/2022-year-in-review
- https://stratechery.com/2022/dall-e-the-metaverse-and-zero-marginal-content/
- https://digitalnative.substack.com/p/the-storification-of-technology-from
- http://paulgraham.com/simply.html
- https://amivora.substack.com/p/learning-to-make-decisions-in-a-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