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초감각 상태로 만드는 법
최근 원래 없었던 몇몇 이상한 증상(심장 빨리 뜀, 잠에 드는 시간이 오래 걸림, 더위를 많이 탐 등)이 있어 마루 근처 내과에 갔다. 거기서 검사를 진행하고, 1주 뒤 다시 내원하여 고 원장님이라는 분을 만났는데, 의사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이토록 재밌고 유익할 줄 몰랐다! 거의 30분 넘게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인상 깊은 부분을 남겨본다. 기억에 남는 대로 쓰는 것이라 정확한 정보는 아닐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의사 선생님께 여쭤보기)
이해를 돕기 위해 그냥 내 검사 결과를 일부 공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외에도 엄청 많은 수치가 있는데, 중요한 것만 남긴다.
부정적인 수치
GPT(그 GPT 아님)
간, 신장, 심장 근육 등 거의 모든 장기 조직 세포를 구성하며, 그중에서도 간에 많이 있다. 간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혈액에서 GPT 수치가 증가한다.
하한치 및 상한치는 0 - 35이며, 나는 66 이상이 나왔다.
Albumin
세포의 기본 물질을 구성하는 단백질이고, 혈관 속에 체액이 머물게 하여 혈관과 조직 사이의 삼투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알부민은 전적으로 간에서만 합성되며 알부민의 농도에 따라 간 기능, 신장질환, 영양실조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한치 및 상한치는 3.1 - 5.2이며, 나는 4.7이 나왔다.
Total Bilirubin
빌리루빈은 적혈구가 파괴되면서 발생하는 색소다. 빌리루빈은 간에서 처리되어 담즙을 통해 십이지장으로 배설물로, 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수치가 높아진다.
하한치 및 상한치는 0.2 - 1.2이며, 나는 0.9가 나왔다.
긍정적인 수치
Creatinine
크레아티닌은 근육에서 생성되는 노폐물로 대부분 신장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에 신장 기능의 좋은 지표가 된다.
하한치 및 상한치는 0 - 1.5이며, 나는 0.9가 나왔다.
HGB
혈색소(헤모글로빈)은 적혈구의 주요 성분으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혈중 혈색소의 양을 측정함으로써 혈액의 산소운반 능력을 알 수 있다.
하한치 및 상한치는 13-16.5이며, 나는 14.6이 나왔다.
고 원장님 말로 나한테 생긴 증상들은 갑상샘 기능 항진증처럼 보인다고 했다. 다만 실제 혈액 검사를 했을 때 갑상샘 호르몬 수치는 높아졌다가 정상으로 돌아온 흔적이 나왔고, 그러므로 다른 수치들에 집중해서 인과관계를 보아야 한다고 하셨다.
첫 번째로 내가 보유한 크레아티닌과 헤모글로빈, 그리고 다른 간 기능 수치를 봤을 때 일반 사람들 대비 타고났다고 하셨다. 쉽게 말해 갖고 태어난 간이 상당히 튼튼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굴하고 GPT, 알부민, 빌리루빈 같은 수치가 매우 높아진 것을 보면, 최근에 간을 너무 혹사 시켰다는 의심을 할 수 있다. 이후 아래 그림을 그려주시면서 설명해 주셨다.
뇌의 우선순위는 항상 첫 번째다
위 그림에 대해 설명하자면,
오른쪽 위: 뇌
뇌 왼쪽 나비 모양: 갑상샘
갑상샘 오른쪽 아래: 심장
갑상샘 왼쪽 아래: 간
(||||) : 근육
을 뜻한다.
우선 사람의 장기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대부분 뇌에서 시작된다고 하셨다. 나의 증상 및 검사 결과에서 갑상샘이 최근 혹사했다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뇌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감지하고, 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니, 갑상샘한테 호르몬을 많이 만들어 내라고 명령을 한 것이다. 그럼 갑상샘은 열심히 호르몬을 뿜어야 하고, 이때 호르몬을 생산하고 뇌에 전달하기 위해 심장과 간한테 빨리 일하라고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심장과 간은 이 명령을 받고 열심히 일을 한다. 이때 간은 당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나의 콜레스테롤이나 당 관련 수치가 높아진 것이라고 하셨다. 또 동시에 심장에서 많은 혈액을 만들고 생산하기 위해 빨리 뛰다 보니, 실제로 두근거림을 자주 느낀 것이다. 아마 물도 자주 마셨을 거라고 하는데 실제로 그러했고, 그것도 혈액 생산 및 공급을 위한 것이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점은 뇌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아주 많은 열량을 소모한다는 점이다. 이 열량을 위해 뇌는 모든 장기로부터 에너지를 끌어 쓴다. 갑상샘, 심장, 간, 신장, 대장, 면역체계 등 지금 당장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모든 곳에서 에너지를 끌어다 사용한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으나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면 근육이 아프고, 소화가 안되고, 배가 아프고, 면역력이 떨어지고, 몸에 열이나는 등의 증상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내 증상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뇌를 너무 많이 사용했는데 그만큼 휴식을 취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후 나에게 어떤 일을 하는지 여쭤보셨고, 내가 하는 일과 루틴 등을 설명해 드렸다. 이때부터 갑자기 원장님의 실리콘밸리 썰을 풀기 시작하셨다(!)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생산성
블루칼라 노동자들은 기존 사람들이 활동해 오던 방식과 비슷하여, 노동 관련 예방이나 의학이 발전되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몇 분을 육체적으로 노동하고 몇 분을 쉬는 것이 좋은지, 밥은 언제 먹고 언제 자는 것이 좋은지 등 산업혁명부터 2차 세계대전 이후까지 많은 연구와 발전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 컴퓨터와 인터넷 등장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하셨다. 이때부터 화이트칼라 노동자가 생기기 시작했고, 그 사람들은 이전과 다르게 육체적 노동을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 뇌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는 많은 차이점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뇌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점이었다. 그리고 이는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다.
그래서 당시 고 원장님은 의사로서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화이트칼라 직군들의 노동을 어떻게 측정하고 관리하는지 알기 위해 견학을 가셨다. 당시 화이트칼라 직군들의 생산성이 큰 화두라고 했다. 왜냐면 이들이 기업에서 조직적으로 일하기 시작한 역사가 매우 짧아 연구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아직은 지금같이 큰 기업이 아니었던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의 기업에 찾아가셨고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는 어떻게 사람들의 생산성을 측정했는지 공부하셨다.
결론을 말하면, 어차피 컴퓨터로 일하는 사람들이 노는지 일하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과정이 아닌 결과에 대해 매우 높게 쳐주는 방식을 사용했다.
빌 게이츠는 똑같은 업무를 2개의 팀으로 나누어서 시켰다. 그리고 그중에 더 잘한 팀한테 더 많은 보상을 줬다. 그리고 하나의 사이클이 끝나면 각 팀의 구성원 일부를 서로 바꾸면서 모든 팀의 생산성을 높이며 일했다. 다들 잘 아는 것처럼 이는 나중에 부서끼리 경쟁하는 문화가 되었고, 사티아 나델라가 CEO가 되면서 없어진 문화가 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가능한 모든 놀 수 있는 환경과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다 마련했다. 대신 사람들이 하는 업무들에 대해 로그를 남겨 이를 실시간으로 성과에 반영한 대시보드를 만들었고, 이를 스스로 볼 수 있게 했다. 결국 놀기만 하다 보면 자신의 대시보드에 Fire(해고)가 찍혀있을 테니 열심히 하게 된 것이다.
예술가와 수도승의 초감각
이후 뇌의 초감각 상태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셨는데, 상당히 흥미로웠다. 예술가는 몸을 혹사시켜서 뇌의 감각을 최대화하고, 수도승은 반대로 에너지 대사를 극도로 낮춰 감각을 최대화한다는 것이다.
고흐를 예로 들어주셨다. 고흐의 그림을 보면 마치 사람이 그린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가 그려온 그림들을 보면 대체로 스타일은 비슷해도, 각 그림의 개성이 매우 뚜렷함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고흐 같은 화가들이 창작을 위해 매우 큰 고통을 감내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매일 밥을 굶고, 물도 안 마시고, 일부러 자해하고, 그렇게 하다 보면 뇌의 스트레스가 너무 높아져 온몸의 에너지를 뇌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곧 모든 신경 감각이 매우 예민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를 통해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게 되며,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걸작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렇게 인생을 보낸 화가들은 보통 오래 살지 못했고, 한 평생 비슷한 스타일을 고수한 화가들은 비교적 오래 살았다고 하셨다.
수도승은 이와 정반대라고 하셨다. 위 사진의 왼쪽 위에 C P L이 있는데 이는 3대 영양소를 의미하고, 모든 식사에서 5:3:2의 비율이 가장 좋은 비율이라고 하셨다. 수도승들은 이러한 비율로 아침, 점심, 저녁을 정해진 시각에 먹고, 12-4시엔 무조건 뇌가 잠든 상태를 유지하며, 근력 운동 대신 간단한 걷기 혹은 명상 같은 수련을 생활화했다. 이러한 꾸준한 루틴은 점점 뇌가 오래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 준다고 했다. 간혹 종교에 계신 분들이 단식을 40일 동안 해내는 것도, 생리의학적으로 가능한 일인 것이 이러한 루틴 및 뇌 에너지 기초대사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이를 통해 수도승은 고흐 같은 예술가와 정반대의 방법으로 몸의 감각을 깨우친다. 내면의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고, 마음만 먹으면 뇌를 버티기 모드에 돌입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오래 달리고 싶나요?
고 원장님은 그 먼 옛날 실리콘밸리의 창업가, 그리고 요즘 핫한 OpenAI의 ChatGPT 등을 보면서 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다들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하셨다. 그런 사람들이 멋있어서 직접 JAVA 프로그래밍을 배워 자신의 업무를 자동화하고 리눅스 컴퓨터로 진찰을 하고 계신다. 메이커 + 의사라니, 진짜 멋있는 분이다.
마지막으로 나한테 조언해 주셨다.
오래 달리고 싶나요? 수도승의 초감각 루틴을 따라가세요.
3월 중 가장 인상 깊은 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