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ired #11 | 디자인, Trade-off, AI is the new plastic, world building, 조승연 작가, 의사결정 모델 등
오랜만에 잠시 쉬면서 What I read 형태의 글을 쓴다. 지난 1년 동안 오리지널 글을 비정기적으로 써왔는데, 그러다보니 글 쓰는 주기가 너무 길어졌다. 호흡을 조금 짧게 가져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나의 내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내적 가치는 지식과 경험처럼 눈에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것들이다. 이것들을 쌓고 쌓다보면 외적인 것들은 알아서 따라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실패는 필연적이다. 많이 실행하고, 많이 실패해서 남들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쌓아야한다. 디스콰이엇을 만들면서도 다양한 시도와 실패를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내년이면 정확히 3년인데, 지금까지 어떤 것들을 배웠는지 하나씩 정리해보는 중이고 11~12월 중에 회고를 공유할 예정이다.
어쨌든 이번 글은 지난주에 보고 듣고 읽고 생각난 것들 정리 시작.
Product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 & The Egg Theory, Applied
좋은 제품은 모든 기능을 억지로 넣지 않고 자랑하지도 않는다. 해야 할 일 몇가지에 집중하고 그 기능들을 우아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좋은 제품이다.
특히 AI 제품의 디자인에서 중요한 원칙은 복잡한 중간 과정을 최소화하고, 초기 선택 → 중간 개입 → 최종 결정의 흐름 속에서 인간 사용자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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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ing the tradeoff between speed and quality
제품을 개발할 때 퀄리티 vs 속도 중 무엇을 더 우선시할지 결정할때, 잊지 않아야 할 원칙이 정리되어있다. 모두 공감이 간다.
나쁜 제품은 만들지 않는다
가치있는 것, 선한 영향을 주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변해선 안되는 상수다.
퀄리티는 고객의 우선순위를 반영한다
만든이 입장에서의 퀄리티보다도 고객이 느끼는 경험의 퀄리티가 우선시 되어야한다. 종종 고객 경험에 영향이 미미한데, 만드는 사람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몰두하는 경우가 있다. 만드는 사람의 동기부여 측면에서 종종 필요하지만, 고객의 우선순위가 항상 더 높아야한다.
속도를 높이는 것의 의도는 리소스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틀렸는지 맞았는지 알려면 최대한 빨리 문제를 풀려고 시도해봐야한다. 그래서 빠른 실행은 중요하다. 그래서 퀄리티와 속도 중 무엇에 집중하든, 계획한 것을 잘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애초에 실행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우리의 실행이 부족한건지, 전략이 잘못된 건지 등 판단하기 어렵다.
팀에게 Trade-off를 선택할 권한을 준다
오너십 레벨을 높이려면 직접 선택하고 실행할 권한을 줘야한다. 팀원들끼리 소통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모든 과정에서 개인적/팀적으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아래 글은 단순히 빠르기만 하면 안되는 분야에 대해 상기하고 관점을 넓힐 수 있는 글이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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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이성적인 기능 뿐만아니라 감정적인 것도 매우 중요함
AI
Imagine you want to start a business in AI. What layer of the stack do you target? Do you want to compete on infra? Good luck beating NVIDIA and the hyperscalers. Do you want to compete on the model? Good luck beating OpenAI and Mark Zuckerberg. Do you want to compete on apps? Good luck beating corporate IT and global systems integrators. Oh. Wait. That actually sounds pretty doable!
막대한 자본과 인프라를 가진 곳, 오랫동안 모델을 연구해 온 곳과는 경쟁이 매우 어렵다. 이들을 활용한 어플리케이션이 가장 진입장벽이 낮고 해볼만하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도, 감정적으로 끌리는 것도 컨슈머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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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like plastic, is an entirely new and fully synthetic intelligence that’s more affordable, versatile, and durable than naturally occurring intelligence—the work that living things do with our hands and minds. This new synthetic intelligence can, like plastic, be mass manufactured, stamped out in identical forms of all shapes and sizes, injection-molded for every possible use case. And unlike human intelligence, its supply isn’t limited by natural sources.
플라스틱이 자연 자원에서 해방된 재료가 된 것처럼 AI는 인적 자원에서 해방되는 재료다. 상상하는 것은 다양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다.
It helps to remember that while plastic is ubiquitous, it didn’t take over the world completely. When I walk through the Notion office every day, I see plenty of plastic here and there in chair armrests and computer monitors. But some of my favorite spaces are couches plush with soft fabric, wooden benches that add warmth to our cafeteria, ergonomic sculptures made of everything from paper origami to steel wires. Despite how far industrial design has come, our technology has yet to obviate the unique magic of natural materials. As we ponder our AI future, we should remember that like plastic, AI isn’t a replacement for all that came before; it’s a new color in our palette, a new material in our workshop. Our job is to learn how to wield it skillfully, to create a world that’s not just more efficient and productive, but also more vibrant, more creative, and fundamentally more human.
플라스틱은 대량이기 때문에 소량의 자연 자원이 갖는 매력은 대비되어 더 두드러진다.
AI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창의적으로 변하도록 하여 영감을 주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사고의 속도와 깊이를 증폭해 혁신을 앞당기는 도구가 될 거다.
그렇다면 반대로 AI와 대비되어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 무엇일까? 그건 아마 인간에 대한 사랑, 인류애, 진정성 같은 가치일 거다. 우리가 AI에게 고민을 말하면 당연히 위로와 조언이 올거라고 예상하고 여기서 오는 감동은 적다. 하지만 사람은 다르다. 상대방이 내 고민을 듣고 직접 생각해서 사려깊은 말 한 마디를 해줄 때 감동과 위로를 느낀다. 이 사람이 이런 말을 할 수 있구나, 이렇게까지 나에 대해 진심으로 생각해주는구나 등..
AI가 발전할 수록 AI가 아니라 실제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사치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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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SpaceX가 위성과 로켓 발사 비용을 대폭 낮추면서 점점 우주 산업에 도전하는 민간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걸 보면서 느낀 점은, 어떤 산업이 커지려면 비용이 낮아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형태의 제품이 현 시점 기준 비용이 가장 크고 빠르게 낮아지는 중이다.
기존에 소프트웨어 제품을 만들고 싶었던 비개발 백그라운드 사람들은 아래처럼 흘러간다.
‘좋은 앱 아이디어가 있어, 근데 난 개발 모르는데 그럼 개발자 데려오거나 외주해야겠네?’
이거 만드는데 외주로 3천만원이 든다고?
채용은 그거보다 더? (애초에 잘 오지도 않음)
아.. 어렵네 직접 배워서라도 해볼까? 강의 몇십만원에 부트캠프는 몇백, 시간은 수개월이 걸리네
노코드로 해봐야겠다. 근데 내가 봐도 퀄리티가 너무 구린데..
결국 시간과 비용은 먹을대로 잡아먹고 결과는 안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점점 Devin, Cursor, Bolt, 그외 여러 코드 에이전트들이 나오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의 비용이 크게 낮아지지고 있다. 원래 월 000,000 ~ 0,000,000 수준에서 월 000~0,000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UX나 기본적인 디자인도 이미 잘 되어있는 웹사이트나 제품을 클론해달라고 요청하면 꽤나 잘 해주기 때문에, 개발과 디자인 지식이 없는 사람도 최소한의 수준은 만들어 낼 수 있다.
Startup
Without this cycle of life, the tech industry would not exist. I saw this first hand at Uber, which was respected as the fastest-moving big company led by an aggressive founder, and eventually things got bogged down as it grew. Very hard to counteract, even with a company where “moving fast” was part of the core DNA.
스타트업이 계속 생겨나고 혁신을 만드는 이유. 어딘가에선 next ooo이 만들어지고 있을거다. 묵묵히 자기 할 거에 몰입하는 사람들이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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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want to change how a system works, and move the system into a new steady state that's closer to your goal, sequential effort won't do much. What you need is parallel effort: you need several different things to happen, all at the same time, for the system to actually move in the direction that you want and stay there.
기존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매우 복잡한 일이다. 해당 시스템에 얽혀있는 이해관계들을 파악하고, 사람들을 움직이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명확한 목적을 제시하고, 이를 잘 스토리텔링하여 사람들의 마음이 이끌리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그 목적을 위해 움직이도록 만들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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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라고 보이는 것들을 과감히 없애고, 진짜 필요한 것만 해야된다. 가짜 일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일을 하는데 왜 하는지 애매모호하다
일이 잘 완수되었을 때 무엇이 바뀌는지 명확히 그려지지 않는다
팀원, 고객과 대화하지 않고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상태로 일을 한다
Learn
스토리텔러 조승연 : 지식엔 위계가 없다, 깊이만 있을 뿐
평소 조승연 작가의 유튜브는 거의 무조건 챙겨보는 편인데, 이번에 롱블랙에 나와서 재밌게 읽었다. 지식엔 위계가 없다는 말을 예전에 너진똑의 웹소설, 만화책은 도움이 안 될까? 라는 영상에서도 비슷하게 다룬 적 있는데, 개인적으로 많이 공감한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장르나 형태에 상관없이 다양하게 컨텐츠를 접하면서 넓고 깊게 사고하는 것을 길렀기 때문이다. 지금도 돈 내고 쓰는 앱은 Netflix, Naver Webtoon, Spotify 처럼 컨텐츠 위주고 책, 공연, 전시회도 자주 본다. 내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은, 어떤 컨텐츠든 배울 점이 하나씩은 있다는 거다. 모두 사람이 쓴 이야기이자 창작물이다. 만든 사람이 갖고 있는 생각,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 창작하는 방식 등 그게 무엇이든 배울 것이 하나쯤은 있다. 하나만 계속 보면 거기에 갇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양하게 접하다보면 생각도 훨씬 다양한 관점에서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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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Be Great? Just Be Good, Repeatably
일관성을 유지하기, 매일 똑같이 꾸준하게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시스템을 만들어야함
만약 이것을 1년 동안 매일 계속하면 나는 더 나은 상태에 있을까? 이렇게 물어보고 맞다면 지속하기
능동적으로 계속 배우고 내가 알고 있는 것 중에 최고에 도전하자. 뛰어난 것을 보면 영감을 받음과 동시에 부럽고 질투가 나기도 하고, 어쩔 때는 내가 저것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뭐가 되었든 최고에 끊임없이 도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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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oking Glass: Sharpening Judgement
의사결정 = 결정 모델 X 데이터 X 정신 상태
양질의 결정 모델을 갖는 것은 비교적 쉽다. 왜냐면 무수히 많은 구루들이 그들의 효과적인 사고방식을 공유해주었기 때문이다. 내 상황에 적합한 것을 고르고 파인튜닝 하면 된다. 특히 Untools 같은 사이트에도 잘 정리되어있다.
데이터는 조금 어렵다. 단순히 주변에서 보고 들은 것이 아니라, 직접 행동하고 부딪히면서 얻은 양질의 데이터가 쌓여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의사결정의 종류나 상황에 따라 필요한 데이터가 다르다. 또한 사람의 뇌는 오랫동안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얻은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잘 정리해주어야한다. 그래서 회고를 해야된다. 난 매일 저널링을 하고, 회고할 큰 이벤트/프로젝트가 있거나, 분기/연단위로는 꼭 시간을 내서 회고한다.
정신 상태가 가장 어렵다. 좋은 결정 모델과 데이터가 있어도, 결정을 내리는 사람의 상태가 별로라면 좋은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FOMO에 의한 충동적인 결정을 할 수도 있고, 두렵고 불안해서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 평소에 맑고 건강한 정신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휴식/리추얼/인간관계 등을 잘 관리해야한다. 이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일이 잘 안풀리면 종종 스스로 자책하는 경우도 있고, 조급한 마음이 들어 제대로 쉬지않고 계속 일만 하다가 지치기도 했다. 넷플릭스에 찜해둔 영화와 다큐가 2022년부터 쌓여있는데, 이러면 안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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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발전하기 위한 태도
배움을 위해 자존심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궁금한 것을 알고 싶다면 물어보아야 한다. 모르는 것이 부끄러워서 아무 질문도 하지 않으면 배우는게 없다. 그게 진짜 부끄러운 거다.
또한 배울 때 두 가지 태도를 가져야 한다.
배운 것을 간단히 설명할 수 있는가? 진짜 제대로 아는 것은 상대방이 누구든 그것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가장 고난이도라고 생각한다.
권위를 의심할 수 있는가? 우리는 전문가라면 쉽게 믿는다. 하지만 전문가의 말이 정말 다 맞는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에게 물어보면 안된다는 말을 종종 하기 때문이다. 그건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 해봤는데 안되고..
우리가 무언가에 도전하면 필연적으로 실패를 마주한다. 이 때 우리에겐 4가지 선택지가 있다.
타협: 기대치를 낮추어 현재와의 괴리를 좁힘
망상: 현재에 대한 평가를 높여 이미 달성했다고 착각함
포기: 기대치가 너무 높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아지기를 그만둠
인정: 기대치가 너무 높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 격차를 좁혀줄 무언가를 실행함
대다수의 사람들은 합리화하거나 타협한다. 인정할 줄 알아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발전하지 못한다.
마지막 맺음
요즘은 소프트웨어가 아니지만, 무언갈 만드는 업계를 좀 들여다보고싶다. 예를 들면 음식, 가구, 음악, 패션, 건축 같은 것들이다. 오랫동안 IT 프로덕트, 스타트업 업계만 보니 내 시야가 좁아지고 창의적인 사고가 잘 안되는 걸 느낀다. 다른 업에서의 영감을 내 업에 적용하며 창의적인 해결책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음식, 가구, 음악, 패션, 건축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