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2024년 회고가 아닌, 디스콰이엇에 합류 후 지난 3년을 회고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들었던 시점 대비 무엇을 배웠는지 생각나는 대로 적어봤다. 회고하며 든 생각 중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매번 스타트업 구루들의 경험이나 생각을 말, 글, 영상 등으로 접하던 것과 내가 직접 뛰어들어서 경험해서 깨닫는 것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었다는 점이다. 시장 크기가 왜 중요한지, 팀 빌딩이 왜 그렇게나 중요한지, Founder-market fit/내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문제 등이 왜 중요한지 말이다. 지난 시간이 그 이전 인생 전체보다 밀도 높은 시간이었고 새로운 것들에 대한 시각을 일깨워주었다.
지난 3년 동안 겪은 주요 이벤트들은 다음과 같다.
2022년
1월: 군 전역/대학 자퇴 후 디스콰이엇 합류, 팀은 나 포함 3명
2~6월
메이커 클럽, 챌린지 등 코호트 프로그램 운영
코로나 풀리면서 오프라인 이벤트 운영 (라운지, 올웨이즈/레베뉴마켓/매쉬업벤처스 등 협업 진행)
마루 입주 및 정주영창업경진대회 참여
7~12월
Pre-A 투자, 팀 6명
정주영창업경진대회 데모데이 우수상, 마루360 정식 입주, Comeup 2022 부스, TIPS 합격 등
더벤처스, 500, 매쉬업, 소풍벤처스 등 VC/AC와 딜소싱 협업
SaaS Affiliate 파트너십 메이커킷 시도
2023년
1~6월
B2C 그로쓰를 위해 Community-led growth라는 이니셔티브로 메이커타운, 클럽 활성화 등 실행
PMC S23 진행 (초기 스타트업 & 인디메이커 80팀 참여)
채용 기능 개발 및 BM 테스트
7~12월
PMC W23 진행 (AI & SaaS 만드는 60팀 참여)
팀 8명
MAU 10만 달성
2024년
1~10월
팀 리빌딩
메이커 스프린트 진행
광고 사업
PMC S24 진행 (160팀 참여)
11월 ~ 현재
이 글은 특히 아래의 사람들이 읽어보면 가장 좋을 것 같다.
스타트업 창업을 하려는 중이거나 초기 단계에 있는 사람들
B2B2C 형태 제품/사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
콜드 스타트 문제를 겪는 플랫폼/소셜 도메인에 관심 있는 사람들
(텍스트 위주) 컨텐츠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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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제품 성장
소프트웨어 메이커를 모은 SNS → 제품 컨텐츠로 교류 → 잘 맞는 코파운더, 팀원 매칭(채용 BM) → 더 좋은 소프트웨어(더 많은 메이커, 제품 컨텐츠를 위한 선순환)
이것이 디스콰이엇의 미션이자 첫 번째 가설이다. 이를 위해선 우선 사람을 모아야 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모이게 할 수 있을까? 다른 곳에서 볼 수 없지만, 보고 싶은 컨텐츠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처음엔 직접 만들었고, 점점 사람들이 만들게끔 했다. 이때 겪은 어려움은 플랫폼 혹은 컨텐츠 서비스라면 높은 확률로 겪게 되는 것들이다.
1) Cold Start 해결하기 (컨텐츠 공급자와 수요자 동시에 데려오기)
직접 컨텐츠 만들고 퍼 나르기
디스콰이엇 극초기에 현솔님은 직접 디스콰이엇 매거진을 만들어 IT 프로덕트/스타트업 인사이트를 정리해서 올렸다. 해당 컨텐츠의 퀄리티가 높아 입소문이 나면서 유저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또한 당시엔 사례가 많지 않은 빌딩 인 퍼블릭을 직접 실행한 것도 한몫했다. 현솔님은 디스콰이엇을 왜 시작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아티클로 정리했고 공개적으로 코파운더를 모집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흔한 포맷이 되었지만, 당시엔 많지 않았던 초기 스타트업 파운더 & 인디 개발자를 인터뷰한 컨텐츠인 메이커 스토리라는 시리즈를 주기적으로 발행해서도 많은 유저를 데려올 수 있었다.
디스콰이엇 매거진: https://blog.disquiet.io/blog-categories/maker-story
이후에도 꾸준히 양질의 자체 컨텐츠를 만들어 배포하며 적게는 몇백명, 많게는 1만명 이상의 트래픽을 하나의 컨텐츠로 가져올 수 있었다. 참고로 우리가 만든 컨텐츠는 모두 텍스트였다. (아래는 우리가 만든 컨텐츠들의 예시들)
https://disquiet.io/@williamjung/makerlog/claude로-코드리뷰-경험-개선하기
https://disquiet.io/@williamjung/makerlog/앞으로-모든-코드의-90-는-ai가-작성할-수-있도록
https://disquiet.io/@kwondoeon/makerlog/최경희-파트너님과-의식의-흐름-대화하기
유저들의 컨텐츠를 재생산/재배포하고, 직접 컨텐츠 만들도록 유도하기
직접 컨텐츠를 만드는 것은 퀄리티를 조절할 수 있고, 명백한 의도를 갖고 기획해서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자동화가 어렵고 스케일이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유저들이 양질의 컨텐츠를 만들도록 해야 하고, 그러려면 디스콰이엇에 컨텐츠를 올려야 하는 명백한 가치를 줘야 했다. 이런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 일단 유저들이 어떨 때 컨텐츠를 작성하는지 인터뷰했다. 크게 3가지 니즈로 좁혀졌다.
PR을 하고 싶다. (제품 홍보, 투자 유치, 채용, 퍼스널 브랜딩 등)
피드백을 받고 싶다. (만들고 있는 제품에 대해서, 갖고 있는 고민에 대해서 등)
기록을 남기고 싶다.
이중 유저들이 가장 시급하게 느끼는 문제는 1번이다. 피드백은 디스콰이엇 유저와 자신의 제품이 타겟하는 유저가 다른 경우가 많고, 기록은 개인 노트에 하면 해소되기 때문이다. Fogg 행동 모델 관점에서도 PR은 어렵지만 동기가 매우 큰 영역이다.
그러므로 디스콰이엇이 PR에 도움이 된다는 사례를 더 많이 만들고 퍼뜨려야 했다. 이를 위해서 2가지를 했다.
유저가 좋은 컨텐츠를 올리면 큐레이션 해서 배포
디스콰이엇을 활용한 좋은 사례를 수집하고 배포
내가 합류했던 당시에만 해도 하루에 프로덕트 관련 컨텐츠가 한 자릿수 정도밖에 올라오지 않았다. 그래서 유저 분들이 올려주신 컨텐츠를 매시간 모두 읽어보면서 좋은 컨텐츠, 프로덕트가 올라오면 지체 없이 큐레이션 목록에 넣었다. 또한 유저분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드리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디스콰이엇을 통해 겪은 좋은 경험이나 성과 공유를 부탁드렸다. 그리고 아래 방식으로 큐레이션을 했다.
디스콰이엇을 통해 팀원을 채용하거나, 유저를 얻거나, 투자받은 사례 정리 및 인터뷰 컨텐츠
매주 올라온 제품들을 직접 사용해 보고, 메이커로그들은 직접 읽어보며 정리한 뉴스레터
‘노션을 활용한 제품’, ‘게이머를 위한 서비스’, ‘COMEUP에 출전한 스타트업’ 과 같은 테마
디스콰이엇을 잘 활용한 사람들의 방식을 정리한 플레이북
각각을 번갈아 가며 지금까지도 지속했고 결과적으로 이는 매우 큰 효과가 있어 디스콰이엇에 올라오는 컨텐츠 수를 많이 늘릴 수 있었다. 한 달에 100개도 안 되던 컨텐츠 수가 많을 때는 1500개가량 올라오도록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아래는 대표적인 큐레이션 컨텐츠들)
플라이휠 만들기
하지만 위 행동들은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아니었다. 결국 콜드 스타트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선, 가만히 둬도 네트워크가 커지기 시작하는 임계점에 빠르게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디스콰이엇의 플라이휠을 정의하고, 성장을 위해 해야 할 우선순위들을 결정하는 프레임으로 활용했다.
B2C: 진정성 있는 메이커로그 퍼뜨림 → IT 종사자 유입 → 일부 회원 가입 → 메이커로그 작성 → 메이커로그 외부에 퍼뜨림 → IT 종사자 유입
B2B: 유의미한 IT 메이커 계정 증가 → 리크루터, VC, 세일즈 담당자 가입 → 연락하기를 통한 제안 → 이런 제안을 받기 위해 IT 메이커들 추가 가입
이중 어느 지점에 병목이 있는지, 어디를 개선했을 때 전체 플라이휠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지를 다양하게 고민하고 실행했다. 가입 전환율을 높이거나, 글 작성 전환을 높이거나, 프로덕트/메이커로그를 외부에 공유하도록 하는 등의 퍼널들을 건드렸다. 뒤에서 얘기할 거지만 결과적으로 플라이휠이 잘 굴러가도록 만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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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람들은 새로운 컨텐츠를 원하고, 컨텐츠의 길이와 트렌드 주기가 짧아진다
내용 관점
사람들은 새로운 컨텐츠를 좋아한다. 동일한 내용도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하거나, 같은 인사이트를 주더라도 소스가 다르거나, 아니면 아예 새로운 내용이어야 한다. 이미 봤던 거, 뭔가 예상이 되는 컨텐츠들은 점점 주목받지 못한다.
디스콰이엇도 동일한 문제를 겪었다. 보통의 메이커들이 제품을 만들고, PMF를 찾기 이전에 겪는 어려움들이 비슷하다. 그리고 빌딩 인 퍼블릭 컨텐츠들이 처음엔 새로워서 많이 읽어보지만, 가면 갈수록 비슷하게 느껴지는 점도 한몫했다. N주만에 유저 OOO명 모으기, 노코드로 MVP 검증한 방법, 첫 유료 결제 유저 만든 법 등등. 실제론 그 내용이 새롭다 할지라도, 일단 이런 컨텐츠의 제목이나 썸네일을 자주 보던 사람들은 클릭조차 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결국 점점 자극적인 Hook이 생겨나고 피로도가 높아진다.
단순히 컨텐츠 뿐만 아니라 프로덕트도 동일한 문제를 겪는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일기앱, 투두서비스, 약속잡기, 뉴스 모아서 보여주기 등 소프트웨어에서 나올 만한 것들은 나왔는데 계속 또 나온다. 참신한 UX, 기술, 디자인이 있다면 새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또한 왠만한 얼리어답터가 아니고서야 이것들을 매번 둘러보고 사용해 보지 않는다.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스스로만 봐도 디스콰이엇에 올라온 모든 프로덕트를 흥미롭게 느끼고 직접 사용해 보나? 그렇지 않다. 진짜 인상 깊은 프로덕트는 손에 꼽는다.
형태 관점
디스콰이엇의 컨텐츠들은 모두 텍스트 중심이다. 최근에 배포한 로그 전까진 특히 롱폼-텍스트 위주였다. 문제는 매크로한 컨텐츠의 흐름은 숏폼-영상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텍스트 컨텐츠는 생성하는 사람 입장에서 타이핑만 하면 되어서 쉽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읽는데 에너지가 많이 든다. 영상 컨텐츠는 텍스트보다 만드는 게 어렵지만, 보는 건 훨씬 쉽다. 결국 대다수의 소비자가 더 원하는 것은 영상이다.
디스콰이엇은 롱폼-텍스트인데 심지어 재밌고 웃긴 것 보단 인사이트 위주라 여가 시간에 즐기는 종류의 컨텐츠도 아니다. 그래서 더 마이너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내용도 아닌데 텍스트이고, 더 좋은 내용이 영상으로 많아지니 점점 경쟁이 어려워졌다.
최대한 빨리 텍스트에서 다른 형태의 컨텐츠로 전환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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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터지는 컨텐츠의 상수가 적다
컨텐츠에 무작정 시간을 많이 들이고, 돈을 많이 들이면 잘 되나? 구독자나 유저가 많으면 무조건 많이 보나? 보통 그렇지 않다. 왜냐면 몇백억을 쓴 영화가 BEP를 넘기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넷플릭스 컨텐츠도 관심받지 못하고 묻히는 경우가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모든 컨텐츠의 KPI가 트래픽(조회수)이라는 전제 하에, 차라리 돈 하나도 안 들이고 대충 찍어서 올린 밈 쇼츠가 ROI는 훨씬 훨씬 높을 수 있다. 그래서 돈, 들인 시간, 많은 구독자 등은 잘 터지는 컨텐츠의 상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터지는 컨텐츠의 상수는 시의성, 신뢰도(꾸준함), 반전, 공유/저장하고 싶은 정돈된 정보다.
시의성
인간의 DNA에는 생존 본능이 있다. 생존 본능은 주로 부정적이거나 위험한 것 등 생존에 위협이 되는 것들, 혹은 모르면 뒤처지는 것들에 대한 것에서 생긴다. 시의성은 이것 때문에 중요하다. 이미 지난 정보는 내 생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이미 알고 있거나, 몰라도 문제없다. 근데 아래의 경우엔 생존 본능이 발동한다.
요즘 AI가 디자인을 대신 해준다고? 코딩도?
어제 옵티머스가 공개되었는데 공장 인부를 대체한다고?
이번에 노션이 업데이트한 기능들이 SaaS를 다 대체한다고?
이런 내용들은 모두 개인이든 기업이든 생존하려면 신경 쓰게 되는 소식들이다. 그래서 많은 조회수를 원한다면 시의성 있는 주제를 선정하는 것은 그냥 기본이다.
반전
컨텐츠가 너무너무 많다. 비슷한 주제와 퀄리티의 컨텐츠가 널려있다. 여기서 차별성을 가지려면 반전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들이랑 똑같은 주제를 다루는데, 90%가 하지 않는 말을 한다면? 반대의견이나 색다른 시각을 공유해준다면? 그것만으로 다른 가치를 제공한다. 그냥 재밌게 시간 때우는 걸 생각했는데, 컨텐츠를 보면 볼수록 인사이트가 넘쳐서 다 보고 나서 머리가 띵하면? 이런 컨텐츠는 잘 된다.
공유/저장하고 싶은 정돈된 정보
컨텐츠는 자연적으로 유입되는 것도 있지만 입소문/바이럴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려면 외부에 공유하고 싶은 명확한 트리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중 강력한 하나가 공유하고 싶고 저장하고 싶은 정리된 정보다. 예를 들어 아래 주제의 컨텐츠를 한 번쯤은 북마크하거나 누군가에게 공유해본 적 있을 거다.
스타트업 할 때 꼭 알아야 하는 것 10가지가 담긴 플레이북
개발자로 취업할 때 알면 좋은 사이트 5가지
최근 업데이트된 AI 모델 총정리
아웃바운드 세일즈를 위한 CRM 템플릿
디자이너가 모르면 안 되는 Figma 플러그인들
이런 컨텐츠들의 특징은 정보를 깔끔하게 나열하거나 테이블로 정리해 둔다. 혹은 적절한 인포그래픽을 만들어 한눈에 들어오게 만든다. 그래서 나중에 보려고 저장하거나, 주변에 필요할 것 같은 사람이나 팀원들에게 공유하기도 한다.
신뢰도(꾸준함)
위에서 얘기한 것들을 잘 안 지켜도 컨텐츠가 잘 되는 방법은 꾸준히 신뢰를 쌓는 거다. 엄청 관심있는 주제는 아니거나, 트렌디한 내용도 아닌데 그냥 좋아하는 사람/채널/기업이라서 컨텐츠를 본 경우가 무조건 있을 거다. 난 조직문화는 관심 없지만 Lenny가 올렸으니까 한 번 볼까? 어차피 아이폰 살 생각 없는데 MKHBD는 항상 재밌으니까, 폴그레이엄은 GOAT니까 무조건 읽어야지 등등.. 이 정도면 그냥 ‘믿고 본다’ 수준이 되는 건데, 가장 어려운 경지다. 그만큼 오랫동안 컨텐츠를 꾸준히 만들어야 하고, 최소한 동일한 수준의 퀄리티를 유지하거나 계속 나아져야 한다.
문제는 이런 걸 머리로는 알아도 만드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시의성에 맞춰 컨텐츠를 만들려고 하면 호흡이 짧아져 퀄리티 챙기기가 쉽지 않고, 반전을 주고 싶어도 진심으로 내 생각이 아니라 억지로 만들어내면 인사이트의 깊이가 얕아지며, 매번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려면 그만큼 정보 수집에 공을 들여야한다. 신뢰를 쌓는 건 당연히 너무 어려운 일이다. 컨텐츠 만드는 것에 리소스를 올인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진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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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One source multi use, 하지만 사람이 몰리는 채널 몇 개에만 올리는.
컨텐츠를 좀 만들어봤다면 무조건 아는 개념이다. 하나의 컨텐츠로 여러 채널에 올리기. SNS를 운영한다면 한 번쯤 해봤을 거다. 공들여서 컨텐츠 만들었는데 한 곳에만 올리면 아깝고, 일단 많이 봐주는 게 중요해서 One source multi use 하는 사람들은 더 많아지고 있다. 물론 매우 귀찮은 작업이라 이걸 도와주는 SaaS도 많다. 당연히 디스콰이엇에 컨텐츠를 올리는 사람들의 대다수도 다른 채널에 올린다. 문제는 그 채널들이 링크드인/스레드/페이스북/인스타그램/섭스택 등 이미 MAU가 몇천만에서 억 단위인 곳들이라는 점이다.
이미 쌓아둔 팔로워/1촌과 알고리즘으로 인한 네트워크 효과가 매우 강력해서 디스콰이엇에 올리는 것보다 조회수가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대다수의 소셜 플랫폼들은 Impression(다른 사람 피드에 포스트가 노출된 수)과 조회수(포스트를 클릭해서 본 수)를 구분 지어서 보여주는데, 주로 Impression을 먼저 알려주기 때문에 디스콰이엇의 조회수와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높아보일 때도 있다. 이 숫자들은 컨텐츠를 올리는 가장 강력한 인센티브이기 때문에, 점점 디스콰이엇에는 올리지 않고 다른 SNS에만 올리게 된다.
잠깐 다른 얘기인데, 비슷한 이유로 네트워크 효과를 이미 거의 다 가져간 플랫폼들이 한국에도 점점 생겨나고 있고, 소셜/플랫폼 분야에서 새로운 프로덕트가 나오기가 꽤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들이 제공하지 않는 유틸리티를 통해 혼자서 사용해도 괜찮은 제품을 먼저 만들고, 나중에 소셜/플랫폼 기능으로 확장하는 방법이다. 만들기 좋은 유틸리티의 기준 중 하나는 디커플링의 개념인데, 경쟁 서비스가 우리의 유틸리티를 만들려고 하면 본인들 서비스에 해를 끼치는 경우다.
좋은 예시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링크드인이 세일즈/채용 AI 에이전트를 만든다면? 링크드인 주요 엔드유저인 세일즈 담당자나 리크루터들은 AI 에이전트에 대체되어 링크드인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만약 무신사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옷을 AI로 디자인해 주고 바로 생산/배송해 준다면? 기존에 입점한 패션 브랜드들이 위협받을 수 있다.
디스콰이엇은 어렵게 어렵게 트래픽을 먼저 모았으니, 이를 GTM 채널로 활용해서 유틸리티 혹은 SaaS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것이 메이커 찾기/채용 등의 기능이다. 비슷한 접근으로 성과를 내는 곳은 Every가 있다.
https://disquiet.io/@williamjung/makerlog/유료-뉴스레터를-구독하면-ai-saa-s를-무료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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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중개 비즈니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엔 필연적으로 사람을 찾고자 하는 니즈가 따라온다. 팀원, 투자자, 고객, 친구나 애인(?) 등등. 이중 미션에 부합하면서 가장 큰 시장은 채용이었고, 그다음으로 문의가 자주 들어온 것은 광고다.
채용
일단 디스콰이엇은 다른 채용플랫폼 대비 가질 수 있는 강점이, 구인구직을 하지 않을 때도 들어오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이는 평소 이직/구직 생각이 없던 사람들에게도 넛지가 되며, 기업들이 디스콰이엇에 PR을 할 이유가 되어준다.
실제로 다양한 분들이 디스콰이엇에 채용 기능이 없는지 물어보기 시작하며 니즈가 있음이 확인되었고, GPT 덕분에 메이커 네비게이터(PeopleGPT와 유사한 느낌)를 빠르게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판단으로 채용 기능 개발 및 세일즈를 시도했다.
우선 디스콰이엇에서 구직자와 구인자를 인터뷰한 결과, 다음과 같은 주요 문제점들이 있었다.
구직자 측면
정보 접근성 문제
스타트업들에 관심이 있는데,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 어렵다. 링크드인에 간혹 보이는 글들은 너무 정제되어 좋은 내용만 보여서 직접 만나거나 일해보지 않으면 잘 맞을지 알 수 없다.
콘텐츠 생산의 어려움
개인PR이 중요한 것을 알고 있으나, 이미 재직 중인 회사가 있는 상태에서 PR하는 것이 눈치 보인다.
내 경험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글로 올리려고 하니 글을 쓰기 어렵다.
공개된 곳에 작성하는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 부담스럽고 잘 써야만 할 것 같다.
구인자 측면
인재풀 문제
메이커스럽고 창업가 마인드를 가진 사람을 찾으려는데, 이런 사람들은 기존의 채용 플랫폼에서 찾을 수가 없다.
지인 기반 채용은 풀이 너무 한정적이다.
초기 팀의 경우 제품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이해하고 MVP를 빠르게 빌딩/런칭할 수 있는 시니어 혹은 CTO급 인재를 찾기가 어렵다.
채용 프로세스의 어려움
팀에 테크니컬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개발자를 채용하는 게 어려워 자문을 활용한다.
온라인 프로필만으로 사람을 판단하기 어렵다. 커피챗을 했는데 프로필/이력서와 실제 대화 내용이 다른 경우가 있다.
기존 솔루션 관련 이슈
기존 채용 솔루션들의 채용 수수료(보통 연봉의 5~7%)가 비싸서 부담된다.
묻지마 지원으로 인한 수많은 이력서를 필터링하는 것이 시간이 많이 들어 힘들다.
필터를 디테일하게 걸면 결과적으로 모수가 너무 적어서 결국 필터를 조금만 걸게 된다.
구인이 잘 안되면 일단 올릴 수 있는 채용 플랫폼은 다 올려보는데 관리가 어렵다.
아래가 핵심이다.
Cold start again: 채용 시장의 공급자는 기업이다. 일자리가 없으면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즉 매력적인 기업을 최대한 끌어들이고 돋보이게 만들어, 사람들이 이직하고 싶게끔 해야 구인자가 스스로 프로필을 가꾸고 지원한다.
채용은 비용이 큰 작업: 매칭 과정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CPH-cost per hire, TTH-time to hire를 낮춘다. 귀찮고 오래 걸리면 기업(담당자)는 공고 안 올린다.
이를 위해 다양한 것을 시도했다. 구직 중인 메이커 60여명을 섭외해서 프로덕트 만든 경험을 메이커로그로 작성해 주면 스타트업과 매칭해 준다든지, 몇몇 사례를 인터뷰하거나 컨텐츠로 만든다던지, 프로필을 빠르게 채울 수 있도록 링크드인으로 가져오는 기능을 추가하고, 채용 중인 기업에 연락해서 공고 정보를 받아 대신 올려주는 등등.
문제는 채용 가설 검증에 신경 쓰는 동안 B2C 지표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일단 탄탄한 MAU/리텐션/신규 가입이 없으면 디스콰이엇의 해자인 커뮤니티가 죽어 인재풀 감소로 이어지고, 그러면 기업들이 여기서 구인을 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B2C 지표의 우선순위를 높이고, 그 과정에서 완성된 유저 프로필을 늘리는 데에 먼저 신경을 쓰기로 결정했다.
채용 관련 액션 중 몇가지
https://disquiet.io/@disquiet/makerlog/코파운더를-찾은-bolta-메이커-문혁님의-스토리
https://disquiet.io/@kwondoeon/makerlog/업데이트-메이커리스트-활용법-커피챗-가이드
광고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분야이며 프리미엄 컨텐츠, 사이드배너, 뉴스레터 홍보 등을 시도했다. 광고는 특별히 기존 광고 산업을 혁신하기 위한 시도는 없었으며, 짧게 요약해 보면 아래와 같았다.
디스콰이엇의 트래픽이 다른 광고 채널 대비 작아서 CPM, CTR, CVR, CAC 등의 광고 효율 지표로는 다른 매체와 경쟁하기 어렵다.
그래서 광고 효율을 덜 신경 쓰는 대신 아래를 타겟하는 방식으로 세일즈를 시도했다.
니치한 스타트업 오디언스를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 컨텐츠가 필요한 IT 기업
CAC/CPC가 원래 높은 B2B 기업
실제로 몇몇 광고는 타게팅을 매우 잘해서 메타보다 광고 효율이 잘 나온 케이스도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적용되지 않아 스케일이 어려웠다.
아래는 광고하며 만든 컨텐츠들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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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커뮤니티
디스콰이엇은 메이커를 위한 진정성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으로 입소문을 타며 성장했다. 나는 실제로 좋은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에 진심이었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것을 배웠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커뮤니티’는 디스코드/슬랙 채널 같은 것이나 정기적으로 모이는 코호트 프로그램을 뜻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처럼 어떤 생태계를 의미한다.
클럽
22년도 말 즈음 클럽 기능을 런칭했는데, 디스콰이엇에 다양한 유저와 컨텐츠가 생기면서 관심사 위주로 나누는 것이 UX적으로도 필요했고, 컨텐츠를 꾸준히 만들어줄 모더레이터를 발굴하는 것, 커뮤니티 BM을 테스트하는 것 등의 다양한 목적을 갖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클럽 기능은 예상한 것만큼 잘 되지 못했는데,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카테고리별로 나누는 의도는 좋았으나, 특정 카테고리의 컨텐츠를 꾸준히 공급해 줄 모더레이터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다른 커뮤니티 SaaS(Slack, Circle, Discord 등)들과 기능 측면에서 경쟁이 어려워 모더레이터를 데려오는 비용이 크다.
유틸리티가 아무리 좋아도 모더레이터의 역량에 따라 커뮤니티의 생사가 갈려 컨트롤이 어렵다. Slack을 쓰든 Circle을 쓰든 모더레이터가 운영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커뮤니티는 점점 죽는다.
대다수의 유저는 클럽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으면 바로 이탈했다. 네이버카페가 왜 등업 같은 기능을 만들었는지, NFT 커뮤니티들이 왜 기여도를 측정했는지 알게 되었다.
커뮤니티가 죽지 않고 스스로 성장하는 임계점에 다다르기까지 오래 걸린다. 생활코딩처럼 하나의 네트워크에 10만명은 가입되어야 하는 것 같다.
클럽 관련 액션 중 몇 가지
모더레이터 모으기
메이커 타운: 커뮤니티로 GTM 하려는 메이커 8팀과 클럽으로 유저 커뮤니티 빌딩하는 챌린지
클럽 기능이 생기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표적으로 진행한 프로젝트가 CCM(Community for Community Makers)이다. 커뮤니티 빌딩에 관심 있는 메이커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클럽이었으며, 커뮤니티 플레이북이라는 무료 컨텐츠로 멤버들을 유입시킨 후 유료 스터디까지 진행했다.
클럽 활성화
디스콰이엇의 메이커 문화였던 빌딩 인 퍼블릭 클럽을 필두로 다양한 클럽들을 양성했다. 빌딩 인 퍼블릭 클럽은 지금까지 모든 클럽 중 가장 많은 포스트 수, 참여도 수를 기록했다.
https://disquiet.io/clubs → 클럽 리스트
이벤트
디스콰이엇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최고의 경험을 동시에 주기 위해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MAU/Engagement 혹은 프로필 획득 등 전략에 따라 여러 목적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가장 대표적인 디스콰이엇 이벤트 포맷을 정리해 봤다.
1/ 스탠딩 네트워킹
메이커들의 현재 상태, 고민, 소속, 역할, 스테이지, 만나고 싶은 사람 등의 메타데이터를 바탕으로 테이블을 나누어주거나 매칭해주는 방식으로 시작. 이후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는 장치를 네트워킹마다 시도했다.
네트워킹 예시
2/ Fireside chat
이벤트의 주제와 목적에 걸맞는 패널을 섭외하여 30분~1시간 가량 토크를 진행했다.
Fireside chat 예시
https://disquiet.io/@hpark0011/makerlog/전-블라인드-공동창업자-and-cbo-김성겸님과의-네트워킹-세션
https://disquiet.io/@hpark0011/makerlog/yc-준비하는-글로벌-창업가-happy-hour-은솔-대표님-and-디스콰이엇
프로그램/챌린지
위에서 채용 BM을 위해 인재들의 프로필 수를 늘리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었다고 했는데, 이를 모으는 전략 중 하나로 Product Maker’s Club이라는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운영했다. 로직은 이렇다.
똑똑한 인재는 어느 산업에서 일할까? → AI/SaaS/Crypto 등 → AI & SaaS를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들이 컨텐츠를 만들게 하자 → AI & SaaS 컨텐츠를 보러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유입 → AI & SaaS 인재 프로필 수집
결과적으로 약 6주 동안 PMC W24를 통해 700개의 AI/SaaS 컨텐츠가 생겨났고, AI/SaaS 이력이 있는 신규 프로필을 최소 1100개 이상 획득했다.
이후 PMC S24에선 160팀이나 참여하며 역대 가장 많은 포스트 수, 인게이지먼트 수, MAU 등을 달성했다.
PMC S23: https://disquiet.io/@kwondoeon/makerlog/product-maker-s-club에-참가할-메이커를-모집합니다
PMC W23: https://disquiet.io/@kwondoeon/makerlog/1-5년-operator로-메이커-커뮤니티를-만들며-알게-된-어려움
PMC S24: https://pmcs24.framer.website/
이외에도 메이커 클럽, 메이커 챌린지 1~8기, 대학생 메이커 클럽, -1 to 0 Sprint, 메이커 스프린트 등의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며 크고 작은 매출과 지표 성장을 만들었다.
커뮤니티
이외에도 이벤트, 프로그램, 커뮤니티를 만들면서 느낀 점들을 짤막하게 남겨본다면…
사람들은 왜 커뮤니티에 참여하는가?
자랑하고 싶은 마음, 관심받고 싶은 욕구,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구경하고 싶은 호기심, 외로움 같은 사회적 니즈와 정보를 얻기 위해 참여한다.
어떻게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가?
하나의 관심사를 깊게 파고드는 사람들이 모여야 시작된다.
그 관심사가 대중에게도 퍼지면 큰 커뮤니티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소규모로 남는다.
대중화되지 않아도 커뮤니티가 성장하려면 다른 주제로 확장하면 된다. 레딧과 디시인사이드가 좋은 예시다.
더 많은 사람이 커뮤니티에 참여하도록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니치한 주제로 커뮤니티를 키웠다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니치한 주제를 더 많은 사람이 관심 갖도록 만들기
다양한 주제로 확장하기
첫 번째는 마켓 메이킹 영역으로, 운이 필요하고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두 번째는 여러 주제가 뒤섞여 기존 유저들의 경험이 나빠질 위험이 있다.
오프라인 네트워킹의 고질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나보다 한 단계 앞선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장 도움이 된다. 그 외는 영감은 되어도 실질적 도움은 되지 않는다.
네트워킹에서 시간 체감이 상대적이다. 같은 15분이라도 어떤 사람은 짧게, 어떤 사람은 길게 느낀다.
새로운 사람과 만날 때마다 자기소개로 시간을 다 쓰게 된다.
현장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단번에 찾기가 매우 어렵다.
네트워킹 니즈가 사람마다 달라서 명확한 목적 없이 운영하면 유저 경험에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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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마인드셋
여기서부턴 팀과 마인드셋에 대한 내용들을 정리해 봤다.
오너십
초기 단계에선 각자가 오너십을 얼마나 가지고 진정성 있게 고객, 문제, 팀, 제품을 대하는지가 정말 중요함을 몸소 경험했다. 또한 개인의 성장 관점에서도 말이다. 나는 자신의 일에 오너십을 가지지 못하면 팀도 제품도 개인도 특정 수준 이후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오너십이라는 단어를 단순히 ‘지분’의 의미로만 생각하며, 이에 지분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오너십을 갖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오너십은 ‘지분’의 의미가 아닌 ‘책임감’이다. 최근 조수용님이 나온 컨텐츠들에서도 봤는데, 어떤 일을 10억 짜리 일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과정과 결과 모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하셨다. 완전히 동의한다. 내가 맡은 일과 내가 돕고 있는 고객의 문제, 함께 에너지를 쏟는 팀원들, 이 순간에도 흘러가는 나의 시간과 삶, 이 모든 것들에 책임감(오너십)을 갖는 사람의 성장 기울기는 가파른 상태를 유지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지분(오너십)이 없는 사람이 이렇게 열심히 하면 없던 지분(오너십)이 생기기도 하고.
나는 이러한 오너십의 측면에서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다는 마인드인지 스스로 많이 고찰했었다. 디스콰이엇 합류 전에는 현솔과의 전화에서 이런 대화를 나눴었다.
“도언 합류하는 것까지 고려해서 런웨이가 6개월 밖에 안 남는데 괜찮아요?”
“그럼 제가 투자 받을 수 있게 만들면 되죠”
그땐 뭣도 모르고 그냥 패기로 했던 말이다. 왜냐면 나는 그저 군 복무 중인 대학 휴학생 이었기 때문이다. 제대 후 곧바로 합류해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그로쓰 전략들을 실행하며 제품은 성장했고, Pre-A 펀드레이징하는데 기여할 수 있었다. 그때 주변 어떤 사람들은 뭐 하러 남의 회사에서 그렇게까지 하냐? 라는 말을 하곤 했는데, 나는 이게 마치 내가 창업한 회사처럼 생각하며 몰입함으로써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봤고, 경험할 수 없는 것을 경험했다. 그런 말을 하던 분들과는 더 이상 교류하지 않게 된 지 오래되었다.
이렇게 오너십을 가질 수 있는 이유가 여럿이지만 딱 한 가지만 꼽자면, ‘호기심’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똑똑한 사람들과 미친 듯이 하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초기 제품과 팀을 빌딩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들에 부딪히게 될까? 정말 훌륭한 것을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디스콰이엇의 미션이 세상에 실현되면 얼마나 더 나아질까?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려면 오직 내가 행동하고 과정을 경험하며 결과를 보아야 알 수 있었던 것들이고, 이때 오너십은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다. 앞으로도 충만한 오너십을 스스로 가질 수 있는 이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
소통
사람들과 일하다 보면 여러 가지 상황이 생긴다. 채용, 유저 인터뷰, 1on1, 외부 협력사 미팅 등.. 각각의 목적은 다르지만 본질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과 상태를 아는 것’ 그리고 ‘상호 기대치를 맞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그냥 대화하면 자연스럽게 이게 될 줄 알았는데, 하다 보니 그게 아님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종종 솔직하지 못해서,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다르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하도록 유도하거나, 실제 행동 데이터를 얻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솔직함을 처음 보는 대상에게 기대하긴 어렵다. 말 그대로 처음 보고 서로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솔직할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린 시간이 없는데 한명 한명 마음을 터놓기를 기다리는 것은 속이 터지고. 그래서 나는 내가 먼저 솔직해지기로 했다. 먼저 솔직해지고, 먼저 취약점을 드러내면 상대방도 종종 드러낸다. 물론 이럼에도 솔직하게 자기 이야기를 해주는 분들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간혹, 빠르게 마음을 열고 솔직한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잠재적 팀원이든 유저든 파트너사든 친구든 간에, 어쨌든 좋은 관계로 연결되었다.
물론 천천히 관계가 통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작년 회고에도 썼지만 사람은 장기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오늘 만난 사람이 몇 개월, 몇 년 후에 어떤 사람이 되어 함께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유대감
나는 팀원 간의 유대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고 비즈니스 관계로만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스타트업 팀은 스포츠팀과 유사한 성질을 갖고 있다. 스포츠는 경기에서 이겨야 하는 유한게임인 동시에, 팀워크와 개인 성장이 중요한 무한게임이기도 하다. 스타트업도 이와 같다. 시장에서 고객에게 선택받는 유한게임인 동시에, 팀과 개인의 성장은 무한게임이다. 팀원 A가 일을 잘하면 팀원 B가 일을 못 하는 유한게임 구조가 아니므로, 우리는 팀원들과 잘 일하기 위해 그들에 대해 잘 알고, 그들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이때 필연적으로 팀원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팀원의 고유한 성향, 취미, 이상, 강점, 약점, 동기 자극 요인, 스트레스 요인을 파악하지 않고는 그들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유대감이 단순히 친목으로 이어질지, 서로의 역량을 끌어올릴지는 이후의 행동에 달려있다. 유대감을 역량으로 연결 지으려면 꼭 어려운 대화를 해야 한다. 어려운 대화란 즉 서로가 솔직하게 생각을 말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을 의미하는데, 잘 쌓은 유대감은 솔직함을 추구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왜냐면 이 사람은 나를 헐뜯고 싶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위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주는 솔직한 피드백은 정말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내재적 동기
최근에 ‘진짜 성장’이라는 글에 썼던 내용이 여기서 하고 싶은 말과 동일하다. 이미 읽은 분들은 스킵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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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내년이면 25살이 된다(연도랑 똑같이 흘러가서 나이 세기 편하다 ㅎㅎ). 2025년에 어떤 산을 오를지 결정하는 것이 향후 5~10년간 내 삶이 어디로 향할지, 성장의 기울기를 얼마나 가파르게 만들어줄지를 정하게 될 거다. 1월은 앞으로 할 새로운 도전과 성장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이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길 바랍니다. 다들 파이팅!
외람되지만 궁금한게..
22년에 Pre-A받으시고 나서, 꾀 시간이 지났습니다.
프로덕트 매출이 나오고 있나요? BM관련 하여 채용 및 광고 등 몇가지 테스트를 해보신것 같은데, 테스트 모두 스타트업씬에 있는 관계자들로 부터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 컵업 광고 등) 나온것 아닌가요?
뾰족한 BM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없으면, 앞으로 런웨이를 어떻게 해결하실건지도..
나이 빨리 세는거 너무 부러운데요..